<13·67>의 작가 찬호께이의 장편소설. 샤오원(小雯)이 죽었다. 22층에서 뛰어내려 온몸이 부서졌다. 샤오원은 세상을 떠나기 전, 성추행 사건을 꾸며냈다며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되어 수많은 누리꾼의 조롱과 모욕의 대상이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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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내인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 내용 요약 🕸️
《망내인: 네트워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홍콩 작가 찬호께이(陳浩基)의 장편 추리소설로, 2017년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에서 강초아 번역으로 출간되었다(ISBN: 9791160079166). 『13·67』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찬호께이는 이 작품에서 2015년 홍콩을 배경으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익명성이 낳은 비극과 진실 추적의 과정을 710쪽에 달하는 대작으로 풀어낸다. 열다섯 살 소녀 샤오원의 자살 사건을 둘러싸고, 그녀의 언니 아이와 해커 탐정 아녜가 디지
망(網). 그물이라는 뜻이다. 망내인, 그러니까 그물 안에 있는 사람. 처음 이 제목을 봤을 땐 그냥 인터넷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를 가리키는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다 읽고 나니 그 그물이 훨씬 무서운 의미였다는 걸 알았다. 우리는 이 그물 안에서 누군가를 구해주기도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잡아당기는 그 순간 누군가를 함께 옭아매서 끌어내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 그물 안에서는 누구도 자기가 정확히 어느 가닥을 당기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로, 그저 무심코 손끝을 움직인다.
소녀 샤오원이 22층에서 뛰어내려 죽는다. 죽기 전 그녀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거짓말을 꾸며냈다는 의혹에 휩싸여, 인터넷에 신상이 낱낱이 공개되고 수많은 사람들의 조롱과 비난을 뒤집어쓴 채였다. 언니 아위에는 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리 없다고 믿고, 그 죽음 뒤에 숨은 kidkit727이라는 익명의 계정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아녜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탐정을 만나 함께 진실을 파헤친다.
람들의 무심한 클릭과 댓글이 쌓여 만들어진 폭력이었다는 점이었다. 다들 자기 손으로 직접 누군가를 밀어 떨어뜨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화면 너머로 몇 마디 비웃고, 몇 번 퍼 나르고, 몇 초 만에 판단을 내리고 넘어갔을 뿐이다. 근데 그 무수한 몇 초들이 모여서 결국 한 사람을 22층 창밖으로 떠밀었다. 우리는 다들 자신이 그 폭력의 가해자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재밌어서, 혹은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따라서 던진 말 한마디였을 뿐이라고 여긴다.
이게 딱 지금 우리 사회의 단면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한 사람이 온전히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폭력, 그래서 아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폭력. 실제로 요즘 인터넷에서 누군가 저격당하고 신상이 털리고 조리돌림당하는 걸 보면, 그 안에 참여하는 개개인은 그냥 재밌는 구경이나 정의로운 지적 정도로 여기고 넘어간다. 근데 그렇게 흩어져 있던 수천 개의 작은 참여가 모이면,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짓밟을 만큼 거대한 폭력이 된다. 가해자가 없는데 피해자만 존재하는 이 구조가, 소설 속 허구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제일 무서웠다.
작중에 나오는 대사가 계속 마음에 남았다. 원래는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소신 있게 살도록 이끌어야 하지만, 지금의 병든 사회에서는 교육이란 게 그저 권위에 복종하고 주류에 편승하며 다들 똑같은 상식과 능력을 갖춘 로봇이나 찍어내는 꼴이라는 대사였다. 이 말을 듣고 아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나는 이 말이 비단 청소년 교육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우리는 자기만의 판단으로 튀어나오기보다, 다수의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는 쪽이 훨씬 안전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안다. 어떤 사건이 터지면 진위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 이미 형성된 여론 쪽으로 먼저 몸이 기운다. 혼자 다른 목소리를 냈다가 그 여론의 다음 표적이 될 바에야, 차라리 다수의 뒤편에 조용히 서 있는 게 낫다고 몸이 먼저 판단해버리는 거다. 그러니까 이건 그냥 편해서 따라가는 게 아니라, 일종의 생존 전략에 가까웠다. 튀어나온 개체가 가장 먼저 표적이 된다는 걸 우리는 이미 인터넷에서 숱하게 봐왔으니까. 이 소설이 무서웠던 건, 그 순응이 몇몇 유별난 사람들의 나약함이 아니라 이 사회가 오랫동안 우리에게 학습시켜온 아주 합리적인 생존 전략이었다는 걸 조용히 짚어냈다는 점이었다.
이 소설의 진짜 힘은 단순히 범인을 찾아내는 추리극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수록, 이게 한 명의 악인이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온 사회가 함께 저지른 폭력이라는 게 점점 선명해진다. 익명이라는 방패 뒤에서 우리는 얼마나 쉽게 잔인해지는가, 그리고 그 잔인함에 대한 책임은 결국 누구도 지지 않는가.
읽으면서 나도 스스로를 자꾸 돌아보게 됐다. 나 역시 인터넷에서 어떤 사건을 접하면, 자세한 맥락을 다 알기도 전에 이미 마음속으로 판결을 내려버릴 때가 있다. 댓글 몇 개, 캡처 몇 장만 보고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겠거니 단정 짓고 넘어간다. 그렇게 형성된 여론이 실제로 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걸, 이 소설을 읽고 나서야 몸으로 실감했다. 망내인, 그러니까 그물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제목처럼, 우리는 이미 촘촘하게 서로 연결된 그 그물 안에서 살고 있다. 그 그물이 누군가를 구할 수도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잡아당기는 순간 누군가를 옭아매서 끌어내릴 수도 있다는 걸, 이 소설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방식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을 덮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자주 그 그물의 한 가닥을 아무 죄책감 없이 잡아당겨왔는지 돌아보게 됐다. 그 그물 안에서 나는 지금까지 구하는 손이었을까, 끌어내리는 손이었을까. 내가 지금 누르는 이 손가락 하나가 어쩌면 그 그물의 한 가닥일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그 손끝에 좀 더 무게를 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물은 누가 당기느냐에 따라 누군가를 건져 올리는 밧줄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이제 내가 매일 무심코 잡아당기는 그 가는 실 한 올이, 그물 저편 어딘가에서는 한 사람의 온 무게를 견디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