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갑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난 중년 남자 아오야마 시게히루. 우울증 직전까지 갔던 그에게 아들은 재혼을 권유하나 마땅한 여성이 없다. 이에 친구 요시가와는 이벤트를 제안한다. 영화 제작에 필요한 오디션을 개최하고 여기에 응모한 여자들 중에서 재혼 상대를 고르자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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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내용 요약
『오디션』은 일본 현대문학의 거장 무라카미 류이 선보인 강렬한 심리 스릴러 소설로, 인간의 욕망과 집착, 그리고 그로 인한 파괴적인 결과를 날카롭게 파헤친다. 📖 2000년 영화로도 개봉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작품은 겉으로는 평범한 로맨스를 가장하지만, 점차 끔찍한 공포와 반전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 무라카미 류 특유의 날카로운 문체와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을 탐구하는 스타일이 돋보이며, 독자로 하여금 사회적 가면 뒤에 숨은 인간 본성을 성찰하게 한다.
무라카미 류의 《오디션》은 아오야마가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면서 시작된다. 아내를 잃은 남자가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그 만남이 점차 불길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야기는 분명 강렬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은 내 마음에는 공포보다도 설명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남았다.
아사미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녀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어떤 상처를 입었는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상처로 하여금 왜 아오야마에게 그렇게까지 잔혹해질 수 있었는지는 충분히 와닿지 않았다. 인물의 과거를 아는 것과 그 인물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
처음부터 마음에 걸렸던 것은 아사미만이 아니었다. 아오야마 역시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었다.
아내를 잃은 그의 슬픔은 분명했다. 그러나 아내를 향한 사랑의 깊이는 그만큼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아내를 소중히 여겼을지 모르지만, 과거의 외도 편력을 생각하면 그가 결혼 생활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쉽게 단정하기 어려웠다.
나는 그가 아내를 그리워한다기보다 아내가 있던 일상을 그리워하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그 사람만 잃는 일이 아닐 것이다. 함께 식사하던 시간, 집에 돌아왔을 때 누군가가 있다는 감각, 앞으로도 지금과 비슷한 삶이 이어지리라는 믿음까지 잃는 일일 테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누군가를 잃고 슬퍼할 때, 그 슬픔은 온전히 그 사람을 향한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가던 나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할까?
아오야마는 아사미를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꿈꾼다. 그런데 나는 그가 아사미라는 여자 자체에 빠져들었다기보다, 그녀가 보여 주는 모습에 매혹된 것처럼 느꼈다. 아사미와 함께라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새로운 미래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고, 자신의 삶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것 같았을 것이다.
그가 사랑한 것은 아사미였을까, 아니면 아사미를 통해 가능해진 새로운 삶이었을까?
어쩌면 둘은 처음부터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할 미래도 함께 상상하니까. 다만 그 상상이 너무 앞서 버리면 문제가 생긴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보다 내가 기대하는 모습이 더 중요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알아가기도 전에 이미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것. 어쩌면 아오야마의 사랑에는 처음부터 그런 위험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거짓말이라는 말의 무게]
책을 읽고 나서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 중 하나는 아사미가 아오야마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는 장면이었다.
아오야마는 시게히코의 존재를 끝까지 감추거나 아들이 없다고 명시적으로 거짓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아사미는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그 비난이 납득되지 않았다. 아오야마가 실제로 하지 않은 거짓말에 대해 왜 그렇게까지 분노하는 것일까?
그러다 문득 거짓말이라는 말이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에게 거짓말은 사실을 감추거나 왜곡하는 행위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이 기대했던 모습과 다른 상대방을 마주하는 일 자체가 배신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아사미에게 중요한 것은 아오야마가 객관적인 사실을 숨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가 자신이 기대한 관계의 모습을 충족시켜 주느냐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원하는 아오야마와 실제 아오야마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아오야마에게는 아사미를 만나기 전부터 존재했던 삶이 있고, 그 삶에는 시게히코도 포함되어 있다. 아사미가 아오야마와의 관계를 자신의 기대에 맞게 만들고 싶어 한다면, 시게히코는 그녀가 지울 수 없는 현실이 된다.
[시게히코가 돌아왔을 때]
정말 흥미로운 것은 결말이었다. 시게히코가 나타나 아사미를 기절시키는 순간, 앞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이야기의 한 부분이 갑자기 연결되는 느낌이 들었다.
시게히코는 단순히 아오야마의 아들이 아니다. 그는 아사미가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했던 아오야마의 삶을 상징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오야마에게는 아사미와 무관하게 형성된 관계가 있다. 그가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고 해서 그 모든 과거와 관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사미를 사랑하더라도 그는 아사미만으로 이루어진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아사미가 아오야마의 삶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려 한다면, 시게히코는 그녀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현실을 상징하게 된다.
그리고 결말에서 바로 그 시게히코가 아사미의 폭력을 저지한다.
이렇게 생각하니 결말이 새롭게 읽혔다.
아사미가 지우거나 통제할 수 없었던 아오야마의 삶의 일부가 마지막 순간에 그녀를 멈춰 세운 것이다. 타인의 삶을 자신의 욕망에 맞춰 재구성하려 했던 아사미 앞에, 자신의 욕망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한 사람이 나타난다.
어쩌면 이것은 아오야마의 독립적인 삶이 아사미의 통제에 맞서 승리하는 순간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승리가 완전한 것은 아니다. 아오야마는 끔찍한 일을 겪었고, 시게히코가 아사미를 기절시켰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징적인 차원에서 보면, 결말은 아사미가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실을 드러낸다.
타인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 해석이 작가가 의도한 의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시게히코의 마지막 등장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이 되어 주었다. 처음에는 납득하기 어려웠던 결말이 하나의 상징으로 연결되는 순간, 작품 전체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
《오디션》을 읽으며 계속해서 떠올렸던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아오야마는 아사미에게서 자신이 되찾고 싶은 삶을 보았고, 아사미는 아오야마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관계의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 시선의 중심에는 상대방보다 자기 자신의 욕망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물론 두 사람의 책임이 같은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이상화하는 것과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상대방이 내가 기대한 모습과 다를 수 있다는 것, 나에게 말하지 않은 삶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나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 사랑은 상대방을 내 삶에 받아들이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삶 전체를 소유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어쩌면 아사미가 끝내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도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