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마플은 굉장히 독특한 명탐정입니다. 아마 황금기 명탐정들 중 이 할머니만큼 불리한 상황에서 수사하는 사람은 없을거예요. 누가 이런 할머니 말에 귀를 기울이겠습니까. 포와로가 사건을 조사한다고 고깝게 볼 사람은 없죠. 반면 마플은 이 할머니가 왜 사건을 조사하는지부터 설득을 해야 돼요. 그래서 마플이 등장하는 작품은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될 때까지 빌드 업이 좀 필요합니다.
마플 시리즈의 재미는 이 빌드 업 과정을 즐길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이 과정이 지루하다면 아마 마플 시리즈와 잘 안 맞을거예요. 저는 재밌게 읽었습니다. 평범한 할머니로 여겨지던 마플이 점점 핵심 인물로 변해가는 모습은 즐거웠어요.
마플의 무기는 유비추리입니다. 전에 비슷한 상황을 겪었는데 그때 범인이 이런 사람이더라. 그러니 이번에도 이런 사람이 범인이 아닐까. 뭐 이런 추리지요. 셜록 홈즈가 들으면 놀라서 펄쩍 뛸 말입니다. 하지만 마플은 사람 사는거 다 똑같다며 자신의 추리를 변호합니다. 정말 그런지 이 할머니는 심리학을 공부 한 적도 없는데 사람을 꿰뚫어 볼 수 있어요.
이런 추리법은 작은 단점이 됩니다. 등장인물이 작위적이니까요. 예전에 비슷한 사건에서 이런 사람이 범인이었다고 이번에도 이런 사람이 범인이란 보장은 없잖아요? 하지만 마플의 유비추리는 빗나가지 않습니다. 덕분에 짜여진 각본 느낌을 종종 받아요.
물론 마플이 유비추리만으로 범인을 지목하진 않습니다. 추리의 방향성을 결정 할 때 사용하는거죠. 그래서 이 단점은 크지 않습니다.
저는 이 책을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