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김혼비의 신작 산문집. 책 제목‘다정소감’은 ‘다정다감’을 장난스레 비튼 말이다. 동시에 김혼비가 다정들에서 얻은 작고 소중한 감정의 총합을 뜻하기도 한다. 모든 다정한 사람은 조금씩 유난하다. 그렇게까지나 멀리 내다보고, 이토록이나 자세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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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소감 (김혼비 산문집) 내용 요약
『다정소감 (김혼비 산문집)』은 김혼비가 2021년 10월 13일 (주)안온북스에서 ISBN 9791197504136으로 출간한 에세이로, YES24 기준 9.5점 리뷰 점수와 8,106 판매지수를 기록하며 에세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저자는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아무튼, 술』, 『전국축제자랑』으로 유쾌하고 따뜻한 문체를 선보인 에세이스트로, 이번 산문집에서는 ‘다정함’을 주제로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섬세히 포착한다. 제목 ‘다정소감’은 ‘다정다감’을 장난스레 비
이것은 ‘떨어진 책’ 뿐만 아니라 ‘읽은 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읽은 책이 내 인생을 바꾸었는지 아닌지도 내가 무엇을 믿을지 선택하기 나름이다. 도끼에 발등이 쪼개져야 비로소 배신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찍히는 것만으로도 배신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듯이, 인생의 흐름이 살짝 바뀌는 정도로는 성에 안 차는 사람이 있고 그것만으로도 인생이 바뀌었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인생의 흐름을 바꾼, 조금 거창하게 말해서 ‘인생의 책’이라고 꼽을 만한 책들이 분명히 있다.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김혼비 저
+알렉상드르 마트롱, 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삶에 가능한 한 오래도록, 꼿꼿하게 머물고 싶어졌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고 몸에 좋은 것을 먹고 눈을 보호하며 나를 잘 돌보고 싶어졌다. 어떤 좋은 책들은 사람을 오래 살고 싶게 만든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김혼비 저
“잘 싸우게 됐어요. 가령…… 집주인이랑.”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김혼비 저
무엇보다 공포를 버텨내는 힘이 달라졌다. 그라운드 위에서나 그라운드 밖에서나 마찬가지였다. 물리적 충돌을 대면하는 수밖에 없다면 여차하면 나도 육탄 방어할 거야, 때릴 수 있다면 나도 같이 때릴 거야,라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공포가 조금 줄었다. 진짜로 그럴 수 있든 없든(아마도 실제 상황이 닥치면 못 그럴 확률이 높아 보이지만), 그런 그림조차 그려지지 않았을 때는, 백지처럼 새하얘진 머리와 함께 온몸이 얼어붙어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당할 수 있는 물리적 폭력이 어떤 느낌인지 잘 모른다는 점도 공포의 요인이었다.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김혼비 저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상상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고통을 떠올리며 더 심하게 얼어붙곤 했다. 그런데 그라운드에서 몸싸움을 하면서 ‘맞는’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고통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었고, 그렇게 고통이 구체성을 띠고 다가오니 그게 또 두려움을 한결 줄였다. 적어도 나를 집어삼킬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다. 이것만도 굉장한 발전이었다. 우리는 보통 폭력에 제압당하기 전에 폭력에 대한 두려움에 먼저 제압당하니까. 수비수 한 명을 제친 기분이었다.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김혼비 저
어떤 의도에서든 바깥으로 방출하는 행동이 ‘악’이라면 그건 그냥 ‘악’일 뿐인 것을, ‘위악’이라는 말 뒤로 숨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체로 ‘나는 지금 위악을 부리고 있다 → 악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이다 → 그러니 난 악한 게 아니라 그냥 악해 보이는 걸 선택했을 뿐이다’라는 논리로 자신이 행하는 악에 면죄부를 깔고 들어간다. 그러나 어디까지가 진짜 자기 욕망이 가닿은 악이고, 어디까지가 위조한 악인지 본인은 딱딱 나눌 수 있을까? 아니 나눌 수 있으면 또 뭐하겠는가. 뭐가 됐든 결과가 악이면 악인 거지.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김혼비 저
어떤 사람들은 ‘솔직한 나’를 너무나 사랑하고 ‘솔직한 나’에 대해 너무나 비대한 자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김혼비 저
✨그러니까 내 앞에서 저 사람이 떨고 있는 저 가식은, 아직은 도달하지 못한 저 사람의 미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저 사람이 가진, 저기서 더 앞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누군가가 “넌 가식적이야”라는 말로 섣불리 가로막을까 봐 지레 초조할 때도 있다. 실제로,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이들 중에 “내가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져서 자기혐오가 생긴다”라고 고민 상담을 해오는 경우가 많아서이다.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김혼비 저
‘나다움’의 상당 부분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나, 만들어진 나, 만들어져가고 있는 나, 모두 다 나이다. ‘본캐’도 ‘부캐’도 다 나.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김혼비 저
‘꼰대질 사절!’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온몸으로 내뿜고 다니던 시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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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이건 꼰대질 아닐까’라고 자기 검열할 줄 아는 사람들만 내 앞에서 조심했는데, 바로 여기서 커다란 딜레마가 생겼다. 그렇게 조심하는 사람일수록 내가 귀담아들을 만한 충고나 조언을 해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고민조차 안 하는 사람보다 몇 배는 더. 그러니까 ‘꼰대질 사절’ 메시지가 결과적으로 순도 100퍼센트 고농축 꼰대질만 깔끔하게 남겨놓고 정작 듣고 싶은 이야기들은 걸러버리는 바람에, 애초에 근절하고자 했던 꼰대질‘만’ 계속 듣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작전은 대실패였다.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김혼비 저
크게 아팠던 탓에 체력이 한꺼번에 깎여나갔던 30대 초반에 비해, 축구를 갓 시작한 30대 중반에 비해, 40대가 된 지금의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몸이 되었는지. 그럼에도 아직까지 50대 언니들을 따라가려면 얼마나 멀었는지. 다가올 나의 40대 중후반에는 또 얼마나 많은 가능성이 열릴지. 철봉에 매달리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세상이 거꾸로 되었다. 축구공을 따라 뛰다 보니 시간은 거꾸로도 흘렀다.
‘거꾸로 시간들’이 나의 일상 곳곳에도 흘러들어와서인지, 예전 같았으면 단지 나이 때문에 새롭게 시작하기를 망설였을 일들 앞에서 ‘나이가 뭐가 문제야. 해보면 되지!’ ‘나이랑 상관없이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같은 배짱이 몸속 어딘가에 근육과 함께 슬그머니 붙어 있는 걸 발견할 때도 있었다.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김혼비 저
아니, 그러면 좀 안 되나요. 어차피 여행지에서 몇 달 살 것도 아니라면 누구도 수박 속까지 다 파먹을 수 없는데, 그냥 수박 겉만 즐겁게 핥다가 오면 안 되나.
...
‘세상의 빛을 보자’는 게 ‘관광(觀光)’이라면, 경험에 위계를 세워 서로를 압박하기보다는, 서로가 지닌 나와 다른 빛에도 눈을 떠보면 좋지 않을까.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김혼비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