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의 대표작. 등장인물들이 번갈아 가며 화자로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사건이 전개되어 가는 구성으로, 역사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현대적 서사기법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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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2 내용 요약
오르한 파묵의 걸작인 《내 이름은 빨강》 2권은 16세기 말 오스만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눈을 뗄 수 없는 미스터리와 예술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1권에서 시작된 살인 사건의 실마리는 2권에 이르러 더욱 복잡하게 얽히며, 서술자들은 죽은 자, 살인자, 그리고 그림 속의 사물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변주됩니다. 🎨
이야기의 중심에는 '세밀화가'들의 세계가 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전통 화풍을 고수하는 거장들과 서구 르네상스 화풍의 영향을 받아 변모하려는 세력 간
매우 독특한 형식의 추리소설이다.
빨강이라는 색채뿐만 아니라 나무, 개, 동전, 죽음 등이 마치 사람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가 하면, 작품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화자 또한 이미 목숨을 잃은 시체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배경은 16세기 오스만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이고, 등장인물 대부분은 궁정 화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세밀화가들이다.
첫 장면은 죽은 시체가 자신을 죽인 살인범을 꼭 잡아달라며 절규하는 모습으로 시작되는데, 현실과 괴리된 설정치고 몰입감이 상당한 것이 특징이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 계기는 동양의 미술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쪽과 서양의 미술 기법을 모방해야 한다는 쪽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인종과 문화, 이슬람과 기독교, 동양과 서양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개념 속에 갈등은 이미 내포되어 있었다.
이슬람의 전통을 고수하는 보수파의 수장은 궁정 화원장 ‘오스만’이고, 서양의 선진 미술 기법을 받아들이자는 개혁파의 수장은 ‘에니시테’라 불리는 원로 화가이다.
에니시테는 오스만 몰래 술탄으로부터 서양식 화첩 제작을 허락받고 비밀리에 팀을 꾸려 일을 진행한다.
그러던 와중 앞서 언급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며 화첩 제작이 위기에 빠지자, 에니시테는 자신이 내쫓았던 조카 ‘카라’를 이스탄불로 부랴부랴 불러들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에니시테마저 살해당하고 만다.
분노한 술탄은 화원장 오스만과 카라를 불러들여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흘 이내에 범인을 색출해 내라는 명령을 내린다.
오스만은 기회를 틈타 살인자가 남긴 단서를 추적해야 한다는 핑계로 술탄의 개인 서고 출입을 승낙받고, 그곳에 틀어박혀 수많은 화첩과 그림들을 분석하며 살인자를 추적해 나간다.
범인은 궁정 화가인 나비, 올리브, 황새 중 한 명이다.
그러나 아주 교묘하게 숨겨져 있어 결말을 읽기 전까지는 누가 살인범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게 끝이 아니다.
결말 부분에 저자가 숨겨놓은 또 다른 반전 요소가 등장하는데, 그 부분을 읽고 나서 눈이 휘둥그레진 기억이 난다.
돌이켜 보면 당시의 느낌은 라슬로 크라스나호르카이의 [사탄탱고]에서 느꼈던 충격적인 결말과 상당히 유사하다.
[내 이름은 빨강]과 [사탄탱고]는 모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의 대표작이다.
혹시 서사의 마지막에 숨겨놓은 그 교묘한 장치가 노벨상을 향한 비기가 아니었을까?
아무튼 이번 작품을 통해 소설이라는 장르의 경계가 무너지는 경험을 함과 동시에, 인간이 가진 창의력은 무한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이렇듯 위대한 작가들이 존재하는 한, 인간이 이미 창조해낸 데이터들을 재조합할 뿐인 AI에 대해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신이 보는 시각으로 그림을 그리는 전통적인 화풍을 고수하던 오스만의 화원들이
유럽의 인간 중심적 화풍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을 소재로 다룬 소설이다.
결국 유럽의 화풍은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새로운 술탄에 의해 오스만에서는 그림이 신성을 모독하는 것이라 여겨져 침체기를 맞는다.
전통적인 화풍을 고수하는 것과 새로운 화풍을 받아들이는 것, 신성모독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 사이의 격렬한 논쟁 그 가운데에 희생된 세밀화가들의 이야기이다.